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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성장’이란 무엇일까요?
겉보기에는 경제가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계층에게만 이득이 집중되고 사회 전반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현상을 말합니다. 2010년대 중반 한국 정부가 펼쳤던 부동산 정책은 대표적인 ‘가짜 성장’의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빚내서 집 사라’의 진짜 의미
2010년대 중반, 정부는 “지금이 기회다, 빚내서 집을 사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저금리, 대출 확대, 공급 확대를 강력하게 추진했습니다. 이 정책의 핵심은 부동산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척하며 돈을 버는 수단’으로 변질시킨 데 있었습니다. 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 완화, 다주택자 세금 혜택이라는 3중 조합은 부동산을 손쉽게 자산을 불리는 수단으로 만들었고, 이는 결국 자산을 가진 사람을 더 부자로 만들고, 자산이 없는 사람은 더 비싼 값에 집을 사거나 영원히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빚으로 만든 집값 상승의 구조는 무엇이 다른가?
이 시기 부동산 시장은 기준금리를 1% 이하로 급락시키고, LTV·DTI를 완화해 70~80%까지 대출을 가능하게 했으며, 다주택자에게는 양도세·종부세 감면 및 임대사업자 혜택을 주었습니다. 이전과 달리 부동산을 실제 거주 목적보다는 투기적 목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강력한 유인책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집값은 소득 수준과 연동되어 움직여야 하지만, 이 시기에는 소득이 아닌 ‘빚’에 의해 집값이 움직이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항목 | 당시 정책 방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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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 1% 이하로 급락 (유동성 확대) |
LTV·DTI | 완화하여 70~80% 대출 가능 |
다주택 보유 | 양도세·종부세 감면, 임대사업자 혜택 |
이런 정책은 특히 실수요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자산이 있던 다주택자들은 규제 완화로 쉽게 돈을 빌려 더 많은 집을 사들였고, 갓 취업한 청년, 신혼부부, 중산층 실수요자들은 더 비싸진 집을 더 많은 빚을 내서 떠안아야 했습니다. 2022년 당시 수도권 아파트 중위 가격이 9억 원을 돌파하고, 30대 이하 가계부채 증가율이 연평균 9% 이상 상승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결과적으로 생애 최초 구입자의 주거 만족도는 낮아지고, 주택 구매 연령은 올라갔으며, 가계 소비 여력은 극단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공급만 외친’ 정책의 이면과 그 어려움
부동산 과열기마다 정부는 “더 많이 지으면 된다”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히 물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입지, 타이밍, 수요층을 고려하지 않은 ‘공급 중심의 공급’이었다는 점입니다. 수도권은 미달, 지방은 미분양, 청년이 원하는 소형은 부족하고 대형 평형 위주로 분양되는 등 공급의 왜곡이 심했습니다. GTX, 교통계획도 없는 외곽 택지에 신도시를 남발하는 식이었죠.
이러한 공급 방식은 투기성 청약 광풍, 공급 지역과 무관한 시세 상승, 그리고 입주 후 공실이라는 이중 왜곡 효과를 낳았습니다. 물론 공급은 중요하지만, 그 방향이 잘못되면 오히려 시장의 불안정을 키울 수 있습니다. 초보 투자자나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정부가 공급을 늘린다니 집값이 안정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내가 원하는 지역, 내가 필요한 크기의 집이 아니거나, 교통이 불편한 외곽이라면 아무리 많은 공급이 이뤄져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또한, 이러한 왜곡된 공급은 결국 나중에 미분양 증가나 집값 하락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수도 있습니다.
개발이익 사유화와 지대추구의 함정
정부의 공급 정책은 대부분 택지 개발 후 민간 분양이라는 구조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는 공공이 땅을 닦고 민간이 아파트를 지어 이익을 독식하는 구조였습니다. 건설사는 분양 이익을 극대화했고, 땅값은 상승했지만, 공공은 도로와 학교만 지은 채 이익에서 배제되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지대 추구(rent seeking)’ 경제 구조를 고착화시켰습니다. 지대 추구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땅만 갖고 있으면 자산이 늘어나는 사회를 의미합니다. 일하는 사람보다 가진 사람이 이익을 보는 구조가 심화되는 것이죠. 이는 열심히 일해서 소득을 늘리는 것보다 부동산 투기를 통해 자산을 불리는 것이 더 쉽고 빠른 방법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사회 전체의 불공정을 심화시켰습니다. 개발 이익이 ‘공공’을 거치지 않으면, 성장은 오히려 불공정의 뿌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 후폭풍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가짜 성장’의 후폭풍은 다음과 같은 사회적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 가계부채 폭증: 1,9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금리 인상에 따른 상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 실수요자 고통: 집값·전세가 폭등으로 주거비 부담이 급증했습니다.
- 부의 양극화: 자산 보유자와 무주택자 간의 격차가 심화되어 사회적 불평등이 심해졌습니다.
- 세대 불신: 20~30대 사이에서는 “왜 나만 늦게 태어났나” 하는 심리가 확산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정책 실패를 넘어 국가 신뢰의 붕괴, 세대 간 불평등의 고착화, 그리고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왜곡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가짜 성장’을 넘어 ‘진짜 성장’으로
2010년대 중반의 부동산 정책은 ‘빚내서 집 사라’는 슬로건 아래 유동성 주도 자산 버블을 조장했습니다. 이는 실수요자를 외면하고 자산가에게 유리했으며, 공공 기능이 부재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공급은 입지와 수요를 무시한 물량 중심이었고, 개발 이익은 민간에 집중되어 지대 추구를 확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가계부채 증가, 자산 양극화, 청년·서민의 주거 위기라는 사회적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부동산이 잘못된 방식으로 성장하면, 그 대가는 사회 전체가 나눠 지게 됩니다.
‘가짜 성장’은 단순히 숫자로 표현되는 경제 성장을 넘어섭니다. 특정 계층의 부를 늘리고 다른 계층을 소외시키는 불균정한 성장은 결국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해치게 됩니다.
결국 ‘가짜 성장’은 단순히 집값을 올리는 것을 넘어선, 사회 전체의 공정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문제의 핵심입니다. 우리는 이제 ‘진짜 성장’과 ‘공정한 공간’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